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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거꾸로 읽는 세계사 (20세기의 역사) : 유시민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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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표지

역사의 언어

우리 엄마는 '미얀마'라는 국호보다 '버마'라는 국호에 익숙했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 호찌민이라는 도시가 원래 이름은 사이공이고 호찌민은 베트남의 민족 지도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명이 바뀌는 사례는 많다. 그렇게 바뀐 지명은 역사적 사실을 품고 있으며 그 시대의 상징이 되어 정체성을 갖는다. 그러다 문득 불확실한 정보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중국, 대만, 동독, 서독,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유고슬라비아 등등. 아던 이름들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지만 어떤 이름들은 바뀌거나 다른 형태로 남아있다. 지나온 역사 속에 무슨 일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이름들이 바뀌었을까? 유시민 작가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개정판은 격동의 20세기에 벌어 난 11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다룬다. 

발췌 요약의 표본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드레퓌스 사건, 2. 사라예보 사건, 3. 러시아 혁명, 4. 대공황, 5. 홍군의 대장정, 6. 히틀러의 등장, 7. 팔레스타인, 8. 베트남 건국, 9. 맬컴 엑스, 10. 핵무기, 11. 독일의 통일과 소련의 해체. 각 목차의 타이틀만 봐도 20세기의 굵직한 사건들을 모아 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에 있던 정보들을 잘 요약해서 서술했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사실이나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세상에 나와있는 자료들을 수집해서 독자에게 소개하는 형식에 마지막 부분에 작가의 첨언을 더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중에서 작가의 생각이 가장 강하게 반영된 부분은 책의 목차 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유시민 작가의 색이나 의견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도 있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책에서의 설명이 친절하지 않다. 굵직한 사건들을 다뤘기 때문에 등장인물도 많고 사상, 종교, 정치체제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요약본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용어가 낯설거나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 

20세기와 21세기

앞서 책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나에게는 책의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책을 읽기 어려웠지만 작가가 선정한 각각의 목차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20세기가 되고 나서부터는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라예보의 총성이 세계 1차 대전으로 번지고, 베트남의 민족 해방운동에 우리나라는 미국 편에 서서 군인들을 파병했다. 이 처럼 세계는 얽혀있다. 때문에 세계가 어떻게, 왜, 얽혔는지를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 됐다. 우리가 꼬인 실을 풀 때 하나의 줄기를 따라가 풀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에 그래왔듯 우리는 21세기에도 많은 사건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현재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과 같은) 다만 앞으로 발생하게 될 사건 속에서 우리는 당사자다. 때문에 우리의 선조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과 판단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일은 너무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줄이며

책이 어떠한 주장이나 의견 표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역사책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경지식 없이는 읽기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20세기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만을 파악하고 세부 사건에 대해서는 전문 서적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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