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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남아 있는 나날 (저녁 시간) : 가즈오 이시구로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4.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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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쇼핑

요즘 화제가 된 책 '힐빌리의 노래'를 대출하러 도서관에 갔더니 인기가 많아서인지 모두 대출 중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일.... 그래서 바로 다음 책인 '철도원 삼대'를 찾았다. 그런데 이것도 모두 대출 중이었다. 플랜B까지 통하지 않자 나는 적잖게 당황했고 서가를 헤매고 다녔다. 그렇게 이 녀석을 만났다.

한 집사의 이야기

책의 줄거리는 세계 2차대전이 끝난  영국에서 스티븐스라는 집사가 여행을 떠나며 시작된다. 평생을 모시던 집주인이 사망하고 새로운 집주인의 호의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 여행길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우리 인간은 노동의 개념이 생겨난 이래로 직업이란 걸 가져왔다. 물론 직업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화할 순 없지만 직업 사이에서도 공통적인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윤리, 사명감, 직업병 같은 것들) 작품에서 집사라는 직업을 통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노동을 품위 있게 포장하여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삶도 없고 감정보단 이성이 앞서며 본인 보다 회사가 더 중요한 삶을 굉장히 영광스럽고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직업 때문에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조차 외면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중요한 순간마다 집사로서의 본인의 임무수행을 완료했다는 것에 희열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35년 만에 떠나는 여행에서 자신을 사랑했던 전 동료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녀는 가정도 꾸리고 딸이 곧 손자를 나을 거라며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예전에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던 그가 미치도록 미웠지만 시간이 지나 잊게 되었고 지금은 행복하다는 얘기를 전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묻는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그때 주인공은 답한다. 일, 일, 끝없는 일의 연속일 거라고. 

각별한 직업정신으로 35년간 집사업무를 수행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 사이 아버지가 죽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모시던 주인은 죽었다.  35년 만에 오른 여행길에서 그녀를 만났지만 그녀에겐 돌아갈 가족이 있었고 주인공에겐 돌아가야 할 일터가 있었다. 주인공에겐 일 빼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지나가버린 시간들에 대해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은 우리의 삶이 주인공의 삶과 닮은 면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공감의 형태가 후회와 아련함뿐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이름이 '지나온 나날'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서 주인공은 노인과 얘기를 하는데 노인이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은 저녁이다'라고 말한다. 이 한마디 때문에 책 제목이 '남아 있는 나날'인 것은 아닐까? 책을 이렇게 보면 와닿지 않지만 책의 서사와 함께 저 문장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줄이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많은 교훈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각각 다른 사건을 다른 시점에서 몰입하고 있었다. 독서 중에 나는 남자친구, 아들, 군인, 학생을 수시로 왔다 갔다 했다. 독서 중 내가 느꼈던 오묘한 감정에 대해서는 마지막장을 덮으며 깨달았다. 그 감정은 내가 살아온 날에 대한 공감이란 걸 알았고 남아 있는 날들에 대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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