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와 철도
작품 해제에 앞서 황석영작가에 대해 살펴보면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집필 활동을 했다. 교과서에서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삼포 가는 길'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철도원 삼대'는 최신작으로 영국의 노벨 문학상인 부커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짜임새 있는 소설이다. 페이지는 약 600페이지로 이뤄져 있다. 책의 줄거리는 공장 옥상에서 부당해고를 고발하는 노동자인 '이진오'부터 출발한다. 책의 제목은 철도원 삼대지만 이진오 까지 포함하여 총사대가 나온다. 이백만, 이이철, 이지산, 이진오인 샘이다. 하지만 이진오는 현재를 살아거면서 주된 서사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철도원 삼대로 이름을 붙인 것 같다. 한반도에 노동자라는 개념이 들어서기 시작한 대한제국 말기부터 해방된 조국에 이르기까지 삼대에 걸쳐 일어난 역사적 사실들을 철도와 함께 엮어낸 이야기로 액자식 구성을 이루고 있다.
한반도의 노동자
근대산업에 있어 철도는 고대시대의 강과 같다. 문명의 시작이 강을 끼고 시작했던 것처럼 산업화의 시작도 철도와 함께 시작했다. 다만 우리는 철도와 함께 일본이 들어왔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조선인, 식민지인, 철도기관사와 같은 역할 속에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철도기관사로 일하는 조선인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이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체적 생각 없이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젠가 조선의 철도로서 다시 되찾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의식의 차이는 노동자들에게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농민이 몰락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도시로 몰려들어 노동자가 된다. 이들의 삶은 당연히 열악했고 처우 또한 일본인들과는 달랐다. 이러한 삶에 입에 풀칠이라도 하면 다행이라며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다수였지만 삼일운동을 계기로 한반도에 사회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한반도와 사회주의
조선인과 일본인의 대립구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이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해고도 당하고 경찰에 잡혀가기도 하는데 현실의 삶과 이상향의 실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물론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서로를 밀고하고 동족을 때려잡는 경찰도 등장한다. 한때는 친구였고 동료였던 사람들을 그들의 손으로 잡게 하려는 일제의 전략이었다. 일본의 입장에서 조선인 자본가도 있었기에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이 나쁜 것만이 아니어서 처음에 강경진압하지 않았지만 사회주의 운동이 거세지자 근본적으로 제국주의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일본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하고,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고 태평양전쟁까지 일으키면서 사회주의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한반도와 전쟁
일본이 패망하고 나라는 다시 둘로 갈렸다. 국민들은 다시 북과 남중에 선택을 해야만 했다.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월남, 월북을 하고 다시 한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조선인과 일본인, 자본가와 노동자,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100년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삼대는 일련의 선택을 통해 그들의 인생을 살아왔다. 마치 민족의 벌판이었던 만주에서 한반도 최고 무역항인 부산까지 달리던 철도 위에 열차처럼. 그리고 오늘날 이진오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옥상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줄이며
일부러 주인공들의 서사를 표현하지 않고 책의 큰 줄기만을 잡아봤다. 책을 읽으면서도 배우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책의 배경이 대한민국 전근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련의 사건들이 반가우면서도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를 재해석할 수 있었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에서 유명인이 등장할 때의 기분이랄까? 책이 재미도 있지만 얻어가는 것도 많아서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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