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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힐빌리의 노래 (가난한 백인 미국인) : J. D. 밴스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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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표지



러스트 벨트와 힐빌리

요즘 인기를 끌고 있고 넷플릭스에 영화로도 나온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나고 자란 J.D. 밴슨의 자서전이다. 러스트 벨트란 미국 북동부의 공업지역을 일컫는 말인데 미국이 제조업 기반의 성장을 이뤄나갈 때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미국의 공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지역은 쇠퇴하게 되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 지역에서 태어난 주인공의 성장 일대기와 깨달음이 책의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

미국사회에는 다양한 계층이 존재한다. 아시아계, 흑인, 백인, 히스패닉 등.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백인들은 수영장이 딸린 집에서 중산층이나 상류층을 이루며 히스패닉계는 3D업종에 종사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 책은 이러한 편견을 보란 듯이 깨 주고 미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힐빌리란 미국으로 이주한 유럽사람들이 주로 육체적 노동에 종사하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부류의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술, 마약, 도박에 쉽게 노출되며 이런 문제는 대물림된다.

J.D. 밴스

 

J.D. 밴스도 힐빌리중 한 명이다. 그는 아버지가 여럿이며 제대로 본 적도 없다. 어머니 마저 마약 중독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으나 아버지가 다른 누나인 린지와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다. 여기서 말하는 보살핌은 좋은 환경과 질 높은 교육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외할머니 역시 힐빌리였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가 벤스에게 알려준 것은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친구들이 괴롭히면 한방 날려주거나 집에 누가 침입하면 총을 이용해 지켜주곤 했다.  어린 시절 마주한 폭력, 불안정한 부모님, 토마토를 기르듯 뒷마당에 있던 대마, 대학을 보내지 못하는 지역 고등학학교 속에서도 그는 주립대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하게 된다.

신분상승의 과정 속에서 J.D.밴스은 많은 것을 깨닫는다. 면접을 볼 땐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것, 인조가죽과 천연가죽은 다르다는 것, 저소득층일수록 가공식품이나 즉석식품을 많이 소비하고 상류층에 가까울수록 신선식품을 소비한다는 것 등이다. 벤슨이 처음부터 상류층이 아니라 신분 상승을 통해 몸소 깨달은 부분들이라서 그의 묘사는 상당히 사실적이다. 특정 개념이나 사회현상을 주장할 때 통계자료나 논문을 근거로 삼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자신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힐빌리

이 책이 재조명된 이유는 영화화되어서 넷플릭스에 나오게 된 것도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미국 대선시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16년 미국사회는 열광했다. 지금도 주장하고 있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구호에 정답이 있다.  미국 경제성장의 배경이 되었던 산업들이 힘을 잃고 그 지역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기업들이 떠나고 지역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때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과거의 영광을 자극하고 힐빌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냈기 때문에 당선되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시 미국의 대선시즌이 되어 전 세계가 뜨거운 만큼 트럼프 지지층을 이해하하기 위한 수단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줄이며

예일대 로스쿨출신의 백인 상류층이 아니라 러스트벨트 출신의 마약 중독자 가정에서 자란, 학비가 없어서 해병대에 4년 동안 복무한, 힐빌리 출신의 백인 이야기는 신선함을 안겨 주었다.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드림은 백인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나에겐 더더욱 그랬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사람의 자서전이 아니라 미국 국내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사회문제를 한 폭의 도화지에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을 들춰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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