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성인
학창 시절 공부할 때 세계 4대 문명으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문명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난 뒤 4대 문명이라는 개념은 아시아권에서만 사용하는 개념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이유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서구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4대성인으로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를 배웠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을 때 비판적인 자세로 임했다.
내용
역사를 통틀어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사상가들 4명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를 고찰한 책이다. 책의 제목부터 재미있는데 앞서 언급한 4명에게 붙일 수 있는 다양한 수식어 중 '사상가'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처음엔 별생각 없었지만 책을 완독 한 후에 왜 저자가 사상가들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네 인물들의 생애와 핵심 사상을 역사적 사실들과 결합해 간단하게 설명한 후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마무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별한 지식을 전한 다기보다는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게 해주는 용도로 좋은 것 같다. 때문에 사상가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어려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부분이었다. 예수와 석가를 비교하는 부분에서 예수는 믿음을 요구했고 석가는 통찰력을 요구했다. 두 명의 사상가 모두 현실세계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에 대한 해답이 구원과 해탈로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또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비교할 땐 예수는 복음을 전파하며 교리를 가르쳤고 소크라테스는 변증법적 사고방식을 이용하여 가르침을 전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교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에 대하여서도 석가는 '나의 교리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므로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했고 예수는 '어린아이들을 내게 데려오라'라고 하며 모든 사람에게 설교했으며 소크라테스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거부했고 공자는 재능을 중시했다. 이처럼 그들이 주장하는 사상을 완성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자세도 달랐는데 이는 그들의 지향점이 모두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할 점
책에서 언급하는 소크라테스의 교육법, 석가모니의 해탈, 공자의 덕윤리, 예수의 박애정신을 통찰하기보다는 이들이 현대에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들이 주장한 바와는 다르게 후세의 사람들이 입맛과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여 정당화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속세의 덧없음을 깨닫고 자기 수양을 통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상이 어떻게 통치 이념이 되었으며 곧 세상의 종말이 오니 예수를 통해 구원받고자 했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을까? 덕과 인을 중시하고 온고지신을 강조했던 사람의 땅에서 어떻게 역사책과 유물들을 불태울 수 있었을까?
줄이며
위대한 사상가들은 분명히 인류를 사로잡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상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것이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위대한 사상보다는 위대한 사상가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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