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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깨달음과 죽음 사이)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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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숲 속의 현자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주로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책을 좋아한다. 주장이 담긴 글이나 원리 현상을 설명해주는 글들 말이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 놓이다 보니(나는 지금 호주에 와있다) 조금은 외로웠는지 위로가 되고 깨달음을 주는 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책의 제목에 강하게 이끌리고 말았다. 작가는 스웨덴 출신으로 20대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다 돌연 불교에 귀의했다. 승려로서의 삶을 17년 동안 살고 다시 돌아와 깨달음을 전파하며 살았다. 하지만 루게릭병을 진단받게 되었고 투병 생활을 하다가 2022년 세상을 떠났다. 1960년대에 태어나 파란 눈의 스님으로 살아가던 작가의 이야기가 검은 눈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평범하지 않게 다가왔다.

 

인간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존재를 성가시다고 여깁니다

작가가 이제 막 스님이 됐을 때의 이야기다. 스님이라고 하면 고행을 하고 홀로 불경을 외우며 문명과 차단된, 조금은 고독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절에서의 생활은 공동체 생활 그 자체였다고 한다. 따라서 잠을 자도 같이 자고 식사를 해도 같이했다. 그렇게 무얼 하든 항상 같이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같이 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시간이 흘러 파트너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흘러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책에 나온다. 남일 같지 않았다. 좋든 싫든 목숨을 함께하는 전우라는 이름으로 같이 생활했던 시간들 속에서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마음 가짐으로 항상 서로가 100%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참았다. 하지만 '인간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존재를 성가신다고 여긴다'라는 구절을 읽고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같은 상황에 놓여 같은 현실을 마주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자세 하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준다. 나는 참았지만 작가는 깨달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이 말을 주문 처엄 외웠다. 너무 졸려서 10분만 더 자고 싶었지만 세수를 하면서 거울 앞에서 계속 되뇌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 문장이 사뭇 다른 상황에서 쓰인다.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는 왕은 국민들로부터 열열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백성이 왕에게 그 비결을 묻자 반지에 적혀있는 글귀를 읽어보라고 했다. 반지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쓰여있었다고 한다.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도망가고 싶을 때 이 마법의 주문을 외웠지만 지혜로운 왕은 오히려 행복할 때 이 주문을 외운 것이다. 전혀 다른 관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어리석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관점에서 눈을 뜨게 됐다. 책에서는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참으로 슬프지요. 하지만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나에게는 아직 참으로 모호하고 어렵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에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온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았다. 한 이야기는 남자가 절벽으로 미끄러지면서 시작된다.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남성은 죽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수평으로 자란 나무를 잡고 간신히 잡을 수 있었고 죽기 싫었던 남성은 이렇게 외친다. ' 정말 신이 있다면 나를 살려주시오' 그러자 신이 대답했다. '그 손을 놓아라'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남성은 '거기 다른 분 없나요?'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따금씩 확신에 차서 행동하곤 한다. 절대 그 생각이나 행동을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그게 옳으니까. 좁아 저버린 시야로는 도저히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물론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그래도 노력해보려 한다.

줄이며

여유를 좀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도 낭비하기 싫고 흘러가는 시간을 시급으로 계산하면서 아깝다는 생각에 빠져 살았다. 어딘가에서 '실패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땐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조금 방황해도 괜찮을지도? 지나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 사이 잠깐 쉬어가는 날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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