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나 때는'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말들이 많아졌다. '나 때는'이라는 단어와 쌍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요즘은'이다. 가령 '나 때는 학교 선생님이 정말 무서웠는데 요즘은 애들이 말을 안 들어'라는 문장처럼 말이다. 고대 수메르의 점토판에도 요즘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세대갈등은 있었나 보다. 이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다. 그중 하나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다. 이 책은 14세기 스페인에 살았던 돈 후안 마누엘이 본인의 조언자와 함께 대담하는 형식으로 조언을 구하고 깨달음을 얻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서는 총 48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그중 몇 개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요청하지 않은 충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날 아버지와 아들이 노새와 함께 시장에 가고 있었다. 그러자 한 행인이 노새에게 짐을 싣지 않았는데 모두 걸어가는 것은 낭비라며 아들에게 노새를 타고 갈 것을 권했다. 그러자 부자는 그렇게 했고 다시 길을 나섰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다른 행인이 아버지가 걷고 있는데 젊은 아들이 노새를 타고 가는 것은 효자가아니라며 아버지가 타고 갈 것을 권한다. 부자는 이 말을 듣고 다시 그렇게 했다. 몇 걸음이나 갔을까 다른 사람이 노새가 충분히 커 보이는데 두사람다 타고 가라고 말했고 나중에 또 다른 사람은 노새가 힘들어 보이니 두 사람 모두 걸어가라고 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이렇다. 청하지 않은 충고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 크기는 미미하다. 가장 좋은 선택은 본인이 직접 판단하고 직접 내린 결정이다.
처음부터 규칙을 세우고 잘 지켜라, 바로잡으려면 배로 힘들다.
말을 안 듣고 성격이 괴팍하기로 소문난 한 여인과 결혼하게 될 남자는 결혼생활이 걱정됐다. 그러자 자신이 무서운 사람이란 것을 부인에게 각인시켜 주기로 했고 그는 집안의 가축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가축들을 죽였다. 이를 본 부인은 본인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남편을 잘 따랐다고 한다. 이를 본 어느 할아버지는 본인도 집으로 돌아가 똑같이 가축을 죽였지만 할머니는 '나는 이미 당신을 잘 알고 있다며 힘 빼지 말고 하던 대로 하시오'라고 했다고 한다.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고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이렇다. 처음부터 규칙을 세우고 잘 지켜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처음부터 확실하게 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아무리 바로잡으려 해도 소용없다.
줄이며
책에서 등장하는 48개의 교훈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이해하기 쉬었다. 이솝우화, 탈무드, 천일 야화처럼 이야기들이 독립적이어서 각 이야기마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흥미 있어 보이는 이야기부터 선택적으로도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해서 보편적이지만 모호하고 알고 있지만 헷갈릴 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문화 이야기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 (식사에 관하여) : 미즈노 남보쿠 (1) | 2025.02.01 |
---|---|
생각에 관한 생각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 대니얼 카너먼 (4) | 2025.01.02 |
키워드 동남아 (교양 듬뿍) : 강희정, 김종호 외 (48) | 2024.12.20 |
소년이 온다 (5·18 민주화 운동) : 한강 (52) | 2024.12.09 |
더 빠르게 실패하기 (실패를 줄이는 방법) : 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 (0) | 2024.1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