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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소년이 온다 (5·18 민주화 운동) : 한강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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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연말 갑작스러운 한강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한국이 들썩였다. 덕분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노벨문학상은 여타 문학상과는 다르게 작품이 아니라 사람에게 수여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노벨 문학상 수상 대상자에 오르게 되면 평가위원들은 해당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알게 된 후 한강 작가의 수상소식을 보니 다시 한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세계가 한강 작가를 주목하고 있을 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노벨 문학상 이전 수상자들의 작품을 읽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12월 3일 비상계엄 상태가 터졌고 나는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문학과 역사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하는 소설은 많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소설은 작가들에게 쉬운 주제는 아닐 것이다.  이미 벌어진 사건들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야 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예상되는 스토리와 이미 존재하던 감동과 울림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한강 작가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민주화역사에 있어서 5·18 민주화 운동은 아주 깊은 의미를 지닌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피는 꽃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날의 사건이 이 문장을 아주 잘 대변하는 것 같다. 물론 오늘까지도 전두환정부를 옹호하고 이들의 희생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건 아주 슬픈 사실이다. 나 스스로도 언제쯤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그날이 오기는 할지 궁금하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그날의 광주

한강 작가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겪은 그날의 광주와 오늘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등장인물들은 책의 말미에 하나로 모이며 우리가 건너왔던 그 여름을 어째서 그들은 건너오지 못했는지 질문하고 있다. 아들을 잃은 부모, 동생을 잃은 형제, 구치소에서 고문받던 모르는 사람들, 시체가 되어 만난 사람들, 쏘지도 못할 총을 들고 죽은 사람들, 아무 이유 없이 뺨을 맞은 사람들,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 허공에 총을 발포한 군인,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까지. 이미 그날의 광주에 대해 알고 있고 공부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교과서 적인 내용을 넘어서 그날의 도청에, 전남대학교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회상하며 말하는 부분인데 말투가 상당히 사실적이어서 마치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어떻게 영어로 그 부분을 번역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줄이며

5·18 민주화 운동을 개개인의 관점에서 묘사한 소년이 온다는 단순히 역사 소설을 뛰어넘어 그날의 광주로 이동하게 해주는 하나의 타임머신에 가깝다. 그곳으로 가서 독자가 무엇을 볼지 무엇을 느낄지는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한강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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