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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아비투스 (나를 칠할 수 있는 7가지 색) : 도리스 메르틴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3.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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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표지

계급의 상승

'위로 오르려는 욕구는 감사할 줄 모르는 불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불평에서 생긴다.'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은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고 있다. 위로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의 제목인 아비투스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취향, 습관, 아우라 혹은 계층 및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남들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가는 세상 사람들을 상위층, 중위층, 하위층으로 나눈다. (계급을 나눈다기보다 설명을 위한 구분인 듯하다.) 이때 특정계층에게 보이는 뚜렷한 아비투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아비투스를 형성하는 7가지 자본을 특정한다. 각각의 이름은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이다. 모든 자본이 중요한 요소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자.

심리자본

심리자본은 간단히 말해서 낙관주의, 열정, 상상력, 끈기 같은 것들로써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느냐 같은 심리적 안정감에 달려있다. 대표적인 예로 회복탄력성을 들 수 있다. 작가의 경험을 사례로 들려준다. 아버지와 어린 딸이 등산 중이었다. 이때 딸이 넘어졌는데 상당히 놀랐는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치진 않았니?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야'같은 가벼운 말만 하고 등산을 계속했다는 이야기다. 나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부모들이 더 놀란다. 이때 아이들도 덩달아 놀라 큰 목소리로 우는 것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는 아버지가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때 아이의 머릿속에는 '넘어지는 것쯤은 별것 아니구나'하며 각인되고 다음에 넘어지더라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를 경험한 후 행동력의 차이를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라면서 심리적 단련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힘든 일이 닥쳤을 때 견디는 것과 거절을 맛봤을 때의 씁쓸함이 유쾌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큰 성공은 기대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특징 때문에 회복탄력성과 같은 심리적 자본을 강하게 보유하고 있는 집단은 상류층과 하류층이라고 한다. 상류층은 소속 집단에서 도태되지 않고 자리를 견고히 하기 위해, 하류층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 위해 그렇다고 한다. 회복탄력성 못지않게 강조되는 것이 바로 관대함이다. 작가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어난 일화를 소개하며 관대함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한 어린아이가 가게에 들어왔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얼마예요?' 아이가 물었다. '25센트'라고 점원이 말했다. 아이는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헤아렸다. '셔벗아이스크림은 얼마예요?' '20센트! 뭘로 줄까?' 아이는 다시 동전을 헤아려 셔벗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이스크림과 계산서가 나왔고, 아이는 동전을 모두 탁자에 올려놓고 갔다. 점원은 계산서와 동전을 보고 울컥했다. 탁자에는 25센트가 놓여 있었다. 아이는 점원에게 팁을 주기 위해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포기했던 것이다. 이처럼 본인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의지와 타인에게 보이는 성품 모두를 아우르는 심리자본은 성공을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자본

신체자본은 상당히 직관적인 자본이다. 우리가 어떻게 입고, 먹고 , 걷는지 또 우리 몸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외모지상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잘생김 혹은 좋은 몸매는 사회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출발선에 있음을 증명해 준다. 면접, 연애, 심지어 재판과 같은 활동들에서 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탓하기 전에 우리 몸을 소중히 관리했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류층일수록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주기적인 운동, 유기농 음식 섭취와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책에서는 신체를 대하는 태도를 체중, 흡연, 술, 운동, 음식 섭취로 구분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과거에는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로 정의했지만 오늘날의 건강은 에너지와 기쁨이 최대치인 삶을 뜻한다. 건강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진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신체자본에 쏟는 투자는 보람을 준다. 잘 관리된 몸과 외모는 만족감과 실력, 그리고 사회적 명성도 높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줄이며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사실 좋은 글귀와 와닿는 말이 너무 많아서 포스팅이 길어지는 것을 신경 쓰다 보니 오히려 짧아진 감이 있다. 굳이 성장과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제안들이 많기 때문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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