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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식자재로 보는 경제학) : 장하준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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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표지

식자재 이야기... 근데 경제를 곁들인

우리는 사과를 보고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사과를 소재로 삼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 혹은 뉴턴에게 만유인력을 깨닫게 해 줬던 사과 이야기? 무궁무진하다. 사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 이 힘 즉, 상상력의 힘이다. 하지만 개연성과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힘을 잃는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재밌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단 얘기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그걸 해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들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까지 바라보면서 경제학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총 18가지 재료가 등장하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자

바나나는 제국주의의 상징?

개인적으로 바나나하면 검정고무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릴 적 검정고무신을 볼 때 바나나가 너무 먹고 싶었던 기영이에게 기철이가 바나나를 사다 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때 기영이는 울면서 너무 맛있어한다. 사실 그때 기영이가 먹었던 바나나와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다르다. 원래 바나나의 종류는 상당히 많은데 기업이 상품성을 가장 높은 종을 플랜테이션 농업을 통해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파나마병'이라고 불리는 바나나병이 돌아서 농사가 망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주력 제품이었던 바나나는 멸종되다 시 피했고 현재 우리는 다른 종의 바나나를 집중적으로 재배하고 소비하고 있다. (그렇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중이다.) 우리에게 바나나는 간편하고 달콤한 과일의 상징이지만 중남미 여럿국가들에게는 복잡한 속사정이 얽혀있다. 원래 바나나는 잘 시들어서 수출상품으로 취급받기보다는 현지 시장에서 소비하는 비중이 컸다. 하지만 기술발전으로 냉동선이 보급되면서 수출길이 열렸다. 이틈을 놓치지 않고 미국기업들이 대거 들어왔는데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 Dole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업들은 중남미 국가들을 일명 '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시켰으며 정치, 경제 분야들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바나나 공화국의 정치인들은 부패했고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 수도, 전기 같은 공공사업 분야도 장악했다. 때문에 현지 노동자들은 미국기업들을 문어발 기업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저자는 다국적기업의 진출이 나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다국적 기업이 해당국가에 진입하면서 기술이전, 일자리 창출과 같은 이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다국적 기업의 진출 양상과 해당 국가 간의 적절한 합의 또는 규제를 통해 양자 모두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숙제다.

모두에게 평등한 닭고기?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힌두교도들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유대인들도 교리상 먹지 않는 음식들이 있다. 하지만 닭고기는 모두 먹는다. 개인적으로도 해외를 나가면 메뉴를 잘 모를 때 chicken이라고 적혀있는 메뉴를 주문하곤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러시아 저가 항공사 이야기를 한다. 러시아 한 저가 항공사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품질이 좋지 않았지만 가격이 월등히 쌌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기내식으로는 닭고기가 나왔는데 채식주의자인 승객이 다른 메뉴를 요청하자 승무원은 '모두에게 평등하기 때문에 손님에게만 특별대우를 해줄 수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평등의 극단적인 예다. 책에서는 결과의 평등과 기회의 평등에 대해 얘기한다. (스스로도 진지하게 생각해 봤지만 정답은 없는 듯하다.) 정부의 역할은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에게 동일한 출발선상에 놓는 것일까? 그렇다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니면 출발지는 모두 달라도 동일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까? 그렇다면 먼저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늦게 오는 사람을 기다려야 할까? (전체적인 결과 즉,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하양 평준화 될 수 있다.)  작가는 '채식주의자에게 닭고기 기내식을 주는 것이 공평한 일이라 생각하는 항공사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승객들의 여러 가지 취향과 필요를 모두 맞추어 주는 다양한 기내식을 제공하지만 표가 너무 비싸서 극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 또한 원치 않는다.'라고 말하며 이번 챕터를 마무리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줄이며

책의 저자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옮긴이가 있다. 이것은 장하준 교수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영어로) 책을 썼다는 얘기다. 그만큼 다양한 경제학적 관점을 녹여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장에서는 좌파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경제학 얘기인 듯하면서도 중간에 숨어있는 생각할 거리는 능동적 독서를 유발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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