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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왜 일하는가 (기업인이 말하는 일하는 이유) : 이나모리 가즈오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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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표지

매일 아침 눈을 뜬다

군 복무를 하던 시절 내방은 관사 건물 중 맨 끝방에 있었다. 그랬기에 외풍도 심하고 낙수조치를 깜박하면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화장실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변기물도 내려가지 않았다.) 때문에 동기방에서 머리를 감는 날도 있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공용 싱크대에서 머리를 감기도 했다. 너무도 추워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고 오전 6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면서 혼자 생각했다. '진짜 출근하기 싫다...' 이렇게 시작한 하루는 위병소를 통과할 때 점점 고조되고 업무 중에 절정에 이른다.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왜 일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목표가 없어서였을까?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나는 사회로 나왔다. 그렇게 이 책을 만났고 문득 군생활이 떠올랐다. 나는 그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원죄설

성경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었지만 뱀의 꾐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게 된다. 그 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 벌로 노동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노동을 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는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 일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면 더욱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작가는 일본의 기업가다. 작가가 살아온 인생은 실패와 고난의 연속이었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지기도 하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으며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자위대 사관학교도 떨어진다. 그 후 들어간 회사에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본인의 전공과는 다른 연구업무를 혼자 담당하게 된다. 이 정도만 듣더라도 순탄치 않은 길을 지나온 것 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작가는 '왜 일하는지' 깨닫게 된다.

모든 일의 출발

본인의 전공도 아닌 일을 하게 된 작가 서둘러 퇴사 명분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퇴사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그날을 회상하면서 작가는 어쩌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인생의 중요한 출발을 ‘좋아하지 않는 일’을 맡으며 시작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마지못해 계속한다는 사실이다. 주어진 일에 불만을 품고 탄식과 불평만 쏟아낸다. 반면에 작가는 앞에 놓여 진일들을 하기 시작했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본인의 업무를 사랑하게 되고 일하는 이유를 찾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스스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고 말한다. 돌담 사이에 핀 꽃은 여름이 오면 바위가 마르고 열이 올라서 죽을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꽃을 피워 소명을 다하고 지옥 같은 아스팔트에서도 잡초는 자란다. 하지만 오로지 인간만이 편안함을 추구하고 소명을 다하지 않으려 한다고 작가는 비판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논조가 계속 이어지며 본인의 노동철학과 윤리를 경험과 함께 풀어낸다.

들판에 핀 꽃과 아스팔트에 핀 꽃

책에서 조언해 주는 말들은 모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다. 작가가 실제로 경험했다는 것 역시 신빙성을 더해준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작가가 살아온 시대와 현대인이 살아가는 시대는 다르다. 삶에 지쳐있고 일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직장인들 앞에 놓여진 일을 사랑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성실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라고 조언한다면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투박하고 강인한 조언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공감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작가의 말처럼 아스팔트에도 꽃은 핀다. 하지만 들판에서 꽃은 훨씬 더 아름답고 수월하게 핀다. '너는 꽃이기 때문에 아스팔트건 들판이건 일단 피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들판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줄이며

자수성가한 경영인의 이야기는 언제나 영감과 용기를 준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 의지가 약해져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다만 단조로운 기조로 기업인의 정신을 배양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공감과 위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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