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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지리의 힘 2 (아는 만큼 보여요) : 팀 마샬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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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지리 지리 지리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리를 좋아한다.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 고등학교에는 한국지리와 세계지리가 모두 개설되었고 나는 두 과목으로 수능까지 봤다. 그리고 1학년 교양수업으로 지리교육과 수업을 들었는데 C를 받았다. (이후 덕후가 많은 과목에는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 수업에서 교수님이 필독서로 지리의 힘을 읽으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기에 말을 잘 들었다. 내가 16학번이었으니 따끈따끈한 신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지리의 힘 2는 전작과 비교해서 좀 더 지엽적인 사례와 국가들을 소개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배경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그레이트 디바이딩 산맥

영국 문화를 많이 접하면서 GREAT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대충 영국의 영향을 받았겠거니 한다. 이런 추측은 99퍼센트 맞아떨어지는데 호주 동부에 위치한 이 산맥도 그렇다. 호주 대부분의 도시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은 동부해안에 위치한다. 그 이유는 위성지도를 보면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데 내륙은 아웃백이라고 불리는 사막이다. 이 산맥을 기준으로 동쪽 해안가가 주요 도시를 이루고 있고 나머지는 북쪽의 다윈, 서쪽 끝의 퍼스 정도다. 나는 딱 이 정도의 배경지식만을 가지고 호주를 설명하는 챕터를 읽었다. 물론 책에서 지도를 주긴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세계지도를 켜놓고 책을 읽었다. 호주 자체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발달한 산업과 역사를 주로 다루고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호주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 국제 관계를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머리, 달링 강이나 호주 원주민 문제, 쿼드, 파이브 아이즈 등 다양한 용어들이 무심하게 지나간다. 하지만 해당 개념들은 상당히 굵지 한 개념들로 국제 정치를 이해함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다. 이 책의 시작이 호주였기에 나는 앞으로의 내용들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

제국이 남긴 자리엔 항상 상처가 남는듯하다. 제국은 흔히 넓은 영토를 지배하기 때문에 다양한 민족이 구성원을 이룬다. 자연스럽게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나뉘고 주류문화가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같은 영토에 대해서 서로 다른 두 세력이 다른 시기에 지배한 적이 있다면 그들은 역사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이런 갈등은 전 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그리스의 해안 국경선을 튀르키예는 인정하지 않는다. 해안선을 어떻게 정하느냐를 놓고 튀르키예가 조금은 억지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대륙붕으로부터 해안선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최근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에개해 주변에서 발견되고 나서부터 이 주장은 심해졌다. 이 둘의 갈등은 단지 자원뿐만이 아니라 주변국의 이권에 따라 봉합되고 발생하기도 한다. 튀르키예의 EU가입 문제나 유럽의 난민 수용 문제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더미다. 그중 사이프러스 문제도 포함되는데 남서쪽은 그리스가 북동쪽은 튀르키예가 실효지배를 하고 있다. 나는 호주에서 사이프러스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그리스 쪽에서 왔는지 튀르키예 쪽에서 왔는지 묻자 상당히 놀라워하며 본인은 그리스 쪽에서 왔다고 한다. 그가 놀란 이유는 전 세계 사람들은 사이프러스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본인의 안부를 물어보니 내심 반가웠나 보다.

줄이며

호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그리스, 튀르키예, 사헬, 에티오피아, 스페인, 우주 총 10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각 장에서 느낀 바를 열거하기는 책을 옮겨 적는 바와 다를 게 없다. (그리스와 튀르키예 부분을 요약하려다 깨달았다.) 종합해서 정리하자면 이 책은 상당히 수준 높은 교양서다. 각 나라의 발전형태를 지리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세계무대가 확장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현재 위치도 설명하고 있다. 강과 산맥에서 시작된 국가들의 운명은 접니다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단 하나. 전 세계는 정말 더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리의 힘 1, 2를 읽고 나면 국제뉴스를 읽을 때 친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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