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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근데 니체를 곁들인..) : 밀란 쿤데라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4.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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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어렵다 어려워

개인적으로 소설에는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서 읽기 힘들어한다. 다른 종류의 책과 달리 목차를 보더라도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말들로 장과 막을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내용을 짐작할 뿐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적으면서 생각해 보니 정보성 글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대하는 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군다나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면 머리는 터질 것 같다. 다행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하 참존가)에서는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그것 빼곤 다 어려웠다. 제목부터가 비문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가 가벼운 건지 '존재'의 가벼움을 참을 수 없는 건지.. 그리고 책의 서문에는 난해기로 어려운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에 대한 작가의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또한 시대적 배경이 소련 지배하에 놓인 체코라니! 상당히 낯설다. 분량 또한 500페이지가량 되기 때문에 완독 하기 더 힘들기도 했다.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음엔 더 재밌게 읽을 자신이 생겼다.

모든 사람은 변태다

작품 해설은 차고 넘쳤다. 그래서 작품에 나오는 '키치'의 의미나 등장인물 간의 사랑방식, 행동의 이유 같은 분석에는 흥미가 없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말해보고자 한다.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은 '누구나 변태적 기질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참으면서 살아간다'라고 말씀하셨다. 고등학생 때는 '뭐라는 거야 변태가'라면서 흘려 넘겼지만 지금은 이해가 간다. (여담이지만 본 선생님은 기숙사 사감실에서 음란물을 보던 중 마이크로 소리가 전체방송되어 흑역사를 기록했다) 물론 변태적 기질이라는 게 독특한 성벽뿐만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독특하다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우리는 보편적이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과학적인 부분에서는 공식을 따르지 않으면 오류가 나거나 정확한 값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옳지 않음, 즉 틀림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부분에서는 '경향'을 띌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게는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 같은 범인류적인 가치부터 좁게는 '이십 대에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서른 즈음 취직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과 같은 가치들은 과학적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듯 과학의 탈을 쓴 사회적 가치들에 대해  "단지'경향'일뿐이야! 나는 틀린 게 아니야!"라고 말할 용기가 없는 나는 이 사회에서 확실한 변태다.

줄이며

책을 읽고 어려워서 서평을 여러 개 찾아봤지만 그 서평조차 어려웠다. 이해는 못했어도 느낀 것은 상당히 많았기에 몇 줄 끄적여 보았다. 개인적으로 참존가를 도전하려면 긴 호흡을 권한다. 나는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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