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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영화 이야기

코쿠리코 언덕에서 (결말 미포함, 넷플릭스 영화 추천)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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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쿠리코 언덕에서 스틸컷

영화 소개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2011년에 제작한 제품이다. 작품에서도 지브리 특유의 화풍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3년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한해 전 요코하마의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63년이면 일본이 패망한 지 20년도 지나지 않았으며  한국전쟁이 끝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시기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알고 영화를 시청한다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상영 시간은 91분으로 길지 않으며 주제 또한 무겁지 않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줄거리

1963년 여름 요코하마의 바닷가 마을 한 하숙집 아침을 배경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여자 주인공인 마츠자키 우미는 하숙집 사람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한다. 우미의 아버지는 뱃사람이었기 때문에 딸인 우미는 자연스럽게 깃발로 신호를 주고받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아버지가 출항할 때마다 깃발을 통해 소통하곤 했던 습관이 남아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미는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아버지를 위해 깃발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걸었다. 반면 어머니는 의사로서 학업을 위해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그렇게 하숙집을 운영하는 외할머니와 함께 3남매가 살고 있던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교를 하고 나니 우미의 깃발에 관한 주제가 시 형태로 학교 신문에 실렸고 며칠 후 동아리관 철거 문제를 돕다가 남자 주인공인 카자마 슌을 만나게 된다. 우미는 깃발에 관한 시를 쓴 게 슌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종의 감정이 싹튼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지지만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의 동아리 문화

영화를 보면서 일본의 동아리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했다. 중,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일본어를 공부했던 터라 일본 문화에 대해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 일본의 동아리 문화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은 중, 고둥학교에서 동아리 문화가 굉장히 폭넓고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운동부가 유명하다. 일본의 고등학교 야구 주말리그는 프로야구만큼이나 인기가 많다고 하다. 엘리트 중심의 체육인 양성이 아닌 중,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성장해나가며 프로에 진출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많다. 영화에서는 동아리의 특징들을 재미있게 표현해 놓았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철학 동아리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패전국에서 경제대국으로

역사적 흐름 역시 영화를 몰입하게 하는 요소중 하나다. 일본은 세계 2차 대전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연달아 얻어맞으면서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한다. 그와 동시에 국제적 위치는 패전국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세계는 다시 이데올로기로 갈라섰고 미국은 한반도를 제외하고 일본을 민주주의 진영의 최전방으로 판단한다. 그렇게 한반도는 독립 이후 남북으로 갈라서게 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일본은 한국전쟁에서 군수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경제성장의 발판을 다졌고 이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재건에 성공했다. 실제로 일본은 이후로 경이적인 성장을 이룩하며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린다. 하지만 계속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는 법 '일본에게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기 침체가 찾아온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전쟁 이후 재건을 위한 일본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국제무대에서의 부활을 기대하는 영화적 장치들이 눈에 잘 보일 것이다.

1964 도쿄올림픽 선전 문구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도쿄를 아름답게 합시다'

줄이며

요즘은 터지고 부수는 영화보다 잔잔하고 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좋다. 좋아하는 주제를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타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젊은 소년 소녀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 배경 속에 잘 녹아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바다의 짭조름함과 설렘의 달콤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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