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중요한 시대
본의 아니게 올해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되어버렸다. 올 한 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하다가 맹목적으로 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키니까 했던 것들, 해야 하니까 했던 것들 투성이었다. 생각하는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생각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분석하면 다른 세상이 보이고 그것이 '철학'의 힘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
선진국은 말 그대로 '먼저 앞서 나가는 국가'이다. 그것이 문화, 군사, 경제, 정치 어떤 부분이든지 적용된다.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무언가를 선도해 본 적이 있는 국가라는 말이다. 반면에 후진국은 '뒤에 출발하는 국가' 즉 발전된 기술, 제도 등을 학습하여 따라가는 국가다. 작가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생각하는 힘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진국은 어떤 분야에서 스스로 시스템을 고안해서 적용시키고 전 세계로 퍼트린 경험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세계 질서를 선도하며 엄청난 파급력을 끼친다. 하지만 후진국이나 중진국은 해당 질서에 편입되어 빠르게 성장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물론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간과 자본을 소비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누군가 만들어주길 기다리면서 적용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 작가는 그것이 바로 중진국의 한계라고 말한다. 선진국의 시스템과 기술을 도입해 빠른 성장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올라가는 것은 쉽지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작가는 인격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지식이라는 것은 확장성을 갖고 있어서 이로운 기술이라면 널리 퍼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기술격차는 다양한 이유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인격은 그렇지 않다. 한 국가의 국민이 동시 다발적으로 사상이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국민 스스로 깨달음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철학이 중요한 이유이자 철학이 갖는 의의이다. 국민들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그것이 바로 선진국과 중진국의 차이가 아닐까?
지금 대한민국
책을 읽기전 나의 기준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소화한 경험도 있다. 또한 강력한 문화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대한민국은 중진국에 가까웠다. 우리나라는 '따라 하는 것'을 잘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따라 하기의 효율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또한 우리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진지하게 학습하지 않았고 덮어버리는 데 급급했다. 가령 후진국형 재난이라 불리는 상품백화점 붕괴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SPC 빵 공장 사건, 이태원 참사 등등 비슷한 패턴의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업무태만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다 보면 나 하나 열심히 한다고 의미가 있을까? 나 혼자 정직하게 살면 뒤쳐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직 해결법은 찾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2022년이 지나가고 곧 2023년이 온다.
줄이며
조금은 어려운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철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어렵게 꼬아서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읽으면서 지루한 철학 얘기가 아닌 실생활을 바라볼 수 있는 다른 '시선'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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