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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치의 참상과 희망에 관하여) : 빅터 프랭클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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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첫 책을 고민하다가 인간 성공의 스토리가 읽고 싶어졌다. 사업가의 성공, 운동선수의 성공, 과학자의 성공 많은 성공 스토리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나치 수용소에서 생존에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생존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자세를 배우면 어떤 고난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는 부분과 심리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앞부분은 어렵지 않게 읽었으나 뒷부분은 배경지식이 없던 터라 읽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유대인 수용소

사람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모두 행복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공유지의 비극, 내쉬의 균형이론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처럼 말이다. 이는 우리가 특정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타인이나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혹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경제적인 영역을 넘어서 생사를 결정짓는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변할까? 세계 2차 대전 간 나치정권 치하에서 운영되었던 유대인 수용소가 그런 곳이다. 그곳에서 유대인들은 인권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가스실험을 포함한 각종 생체실험이 자행되었고 터무니없는 식량, 열악한 위생환경,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병들고 늙으면 물건 버리듯 버려지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는 인간성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작가도 어느 순간 인간성이 사라진 상황에 대해서 분노조차 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운영 방식 또한 교활하다. 기본적으로 독일군의 통제하에 수용소가 운영되지만 중간 관리자로서 같은 방을 사용하는 유대인 포로인 '카포'를 운영했다. 즉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을 뽑아 그들을 관리하게 한 것이다. '카포'들은 일종의 특권을 누렸는데 많은 식사량과 낮은 업무강도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정말 잔인하다. 같은 유대인들끼리 연대하지 못하게 하며 그 안에서도 계급을 나눠 분열을 일으킨다. 이렇게 처참한 현실 속에서 작가를 버틸 수 있게 한 힘은 무엇일까?

살아남아야 할 이유

작가가 운이 좋았던 것도 맞다.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작가가 다른 기차를 탔더라면, 독일군 장교의 손짓이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향했다면, 그때 동료와 함께 탈출을 감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의 노력 역시 운만큼이나 중요했다. 모든 운명을 함께한 사람들이 모두 생존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유대인 수용소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사망자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사망의 인과관계는 뚜렷하지 않았고 다만 죽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희망이 사라지자 이미 망가져 버린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작가의 한 동료도 꿈에서 천사가 자유의 몸이 될 날을 점지해줬다고 기뻐하며 그날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에 아무런 일이 없자 그다음 날 몸이 급격이 약해져서 죽어버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에 작가는 살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으며 본인이 생존해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사랑하는 가족, 완성하지 못한 원고 등. 이러한 태도로 작가는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기도 한다. 감자 한 알을 훔친 것이 들통나 범인이 나오지 않을 경우 모두 굶기겠다고 한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끝내 나오지 않았고 유대인 포로들은 모두 굶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연설을 통해 상호 간 유대를 강조하고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니체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줄이며

책을 읽는 내내 희망을 강조하고 정신력을 강조해서 이야기의 배경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는 것을 종종 까먹곤 했다. 하지만 다시 깨닫고 나면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작가가 대단할 따름이다. 일어난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기술하기보다 문학적으로 묘사한 점이 돋보였다. 작가가 보여주는 삶에 대한 태도를 가슴에 품고 새해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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