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다른 시도
책을 자주 접하는 요즘 두꺼운 책이 읽고 싶어 졌다. 그래서 고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매웠지만 내가 방문한 중고서점엔 원하는 책들이 없었다. 두꺼운 책을 읽고 싶었기에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고전을 선택한 건데 원하는 책이 없으니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두꺼운 책중에 유명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익숙한 작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유발 하라리' 대학 시절 한 번은 들어봤던 이름이었기에 친숙했다.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 정도면 꽤나 유명할 거란 판단에 책을 집어 들게 되었고 그렇게 '호모 데우스'를 읽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시작은 바다에서 출발했다. 이후 유전자 변형과 자연선택에 의해서 다양한 생물들이 지구에 살기 시작했다. 우리 인류의 조상도 그들과 공존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지배하는 종이 되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상호 합의적 실재'를 이야기한다. 그의 개념에서 실재는 3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첫 째 객관적 실재다. 누가 봐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태양, 달, 물은 내가 봐도 내 친구 가봐도 존재한다. 둘째 주관적 실재다. 내가 두통이 있어 병원에 갔지만 의사는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정밀검사를 해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두통을 느낀다. 나에게만 분명히 있는 것 이것이 주관적 실재다. 마지막으로 상호 합의적 실재다. 우리 모두가 상호 합의하에 있다고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교, 돈, 법인 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편의상 우리가 인격,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한다. 종이 쪼가리가 세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상호 합의에 의한 돈의 실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있다고 믿는 능력 때문에 우리는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고 각종 사회제도를 만들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처 현대에 이르게 했다.
호모 데우스
과학은 계속해서 발전한다. 우리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공공위생, 의학, 첨단기술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알약 하나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진보적인 것을 원한다.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하길 원한다. 실제로 의사가 실시하는 진단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는 종종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사항을 알고리즘에 기반한 확률 계산을 통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우리의 생활 데이터, 즉 밥 먹을 때의 심박수, 운동할 때의 혈당량, 내가 주고받는 메일의 시간대와 내용, 검색량 등을 측정해서 일상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데이터화하고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섬뜩해 보인다. 이러한 관점은 인본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기 쉽다. 또한 이렇게 인간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행위가 기술의 진보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들의 삶의 수준을 높여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전반적인 삶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문제와 인간의 삶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문제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미 좋은데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선택에 의한, 즉 부유한 자들만이 가능할 것이고 이러한 순환은 결국 초인류 호모 데우스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줄이며
나의 독후감에는 많은 내용들이 생략되어있다. 작가의 관점에서 전근대에 왜 공공복지와 교육이 발전했는지,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등등 재미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역사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학문적 내용을 넘나들기 때문에 약간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약간 디스토피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예언에는 서늘함까지 들기도 했다.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미래 인류에 대해서 관심 있거나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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