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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교양으로 읽는 초한지 (고사와 교훈의 표본) : 견위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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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초한지 표지

교양으로 읽는 초한지

초한지는 진나라 멸망 후 여러 나라로 갈라진 중국 대륙을 통일하기 위한 항우와 유방 두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다.  초한지는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남겼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드게임의 일종인 장기는 초한지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사면초가, 토사구팽과 같은 고사성어들 역시 초한지에서 등장한다. 항우가 최후의 결전을 위해 우희와 이별하는 상황을 연극으로 만들어낸 패왕별희 또한 초한지에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초한지를 접하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럿 있는데 첫 째, 읽기 어렵게 옛날말로 쓰여 있고 둘째, 양이 적지 않으며 셋째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초한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우리말로 알기 쉽게 풀어썼으며 꼭 필요한 에피소드만 포함하고 중요한 인물위주로 서술했다. 다시 말해 교양으로 읽기 좋은 현대인에게 꼭 맞는 초한지라는 것이다.

대의명분

중국의 역사소설을 읽을 때면 가슴이 웅장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초한지에서는 장량이 잔도를 태우며 유방에게 그 까닭을 얘기하는 장면, 번쾌가 유방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항우에게 따지는 장면, 기신이 유방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장면... 등등. 아마도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없기에 옛날 영웅들에게서 그 의미를 찾는 것 같다. 영웅들의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우리는 대의명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군신관계, 부자관계, 형제관계, 부부관계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명분을 찾아 행동한다. 물론 현대인의 시점에서 당 시대의 사건을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명예를 위해 자결한다던지 여성을 물건 취급하여 시집을 보내거나 마음대로 취하는 행동은 현대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초한지를 읽을 때 영웅들의 행동이 마냥 멋지거나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장황하게 늘어놓지만 결국 본인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고 그것이 성공하면 영웅이요 실패하면 역적이니 결국 해석하기 나름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장되고 포장된 것이 소설을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내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는 어떤 대의명분을 가지고 행동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할까

항우와 유방은 둘 다 불세출의 영웅이다. 하지만 항우의 초나라는 한나라의 유방에게 패하고 만다. 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인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신이라는 인물 위주로 분석을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신은 본래 초나라 장수로서 항우에게 직언과 간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의 상소가 무시되거나 항우의 심기를 건드려 죽을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이런 한신의 능력을 알아본 장량은 유방에게 천거하여 한신을 한나라 대원수로 등용하게 한다. 이후에도 항우는 초나라 책사인 범증의 간언을 무시하고 본인의 곤조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물론 유방도 장량의 조언에 따르지 않고 대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둘의 차이점은 유방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장량을 더욱 신뢰하지만 항우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본인의 책사인 범증마저 믿지 못해 파직시켜 버린다. 시간이 흘러  장량의 반간지계임을 간파한 항우는 범증을 그리워하지만 이미 범증은 죽은 후였다. 하지만 유방이 사람을 잘 '등용' 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잘 '사용'한 것이다. 유방을 도와 대한을 건국한 한신은 결국 유방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전공이 크고 인기가 높았던 한신을 견제한 것이다. 결국 사내정치에 휘말려 한신은 죽게 되고 이는 훗날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의 유명한 일화가 된다. 항우, 유방, 장량, 한신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초한지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물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지혜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줄이며

요약본임에도 불구하고 양이 많다고 느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초한지에 흥미를 갖기에 충분했고 관련 동영상을 더 찾아볼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 재밌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지금까지 회자되는 고전은 분명 그 이유가 있을 터. 여러분도 초한지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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