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멈춘건 아니에요...
밀린 방학 숙제 중 제일 하기 힘들었던 건 일기 쓰기다. 방학 기간 하루하루 살아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날의 기억을 몰아서 쓰기란 여간 힘들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독서를 멈춘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기억 저편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이름이 있었기에 흥미가 갔다. 어쩌면 책을 다 읽은 지금 시점에서야 드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요즘 여러책 기웃거리며 완독을 하지 못했는데 오래간만에 완독을 했으니까.
짐승남 조르바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광산 사업을 계획하고 있던 주인공이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건장하고 콧수염이 멋진 조르바를 만나게 된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둘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동행하기로 한다. 주인공은 크레타섬에 광산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고 세상을 살아오며 안 해본 일이 없던 조르바는 광산 사업 역시 경험한 바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섬에 도착하고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은 당대 지식인으로서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끊임없이 고찰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조르바는 전형적인 노동자로 직접 많은 일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한 인물이다. 이런 대립적인 인물 구조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조화를 오히려 한데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느낀 바로는 주인공은 새 같은 사람이다. 많은 지식을 통해 세상을 하늘에서 조망하지만 큰 그림만 가지고 있을 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반면에 조르바는 뱀과 같은 인물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생활하면서 대지의 숨결을 느끼고 실리에 밝은 사람이다. 새와 뱀, 뱀과 새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는 할 수 없는 문제지만 이 뱀과 새는 서로를 인정하고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조르바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르바는 이것저것 재지 않는다. 조르바는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 사람들과 대화하다 언어적 한계에 도달할 때면 벌떡 일어나 춤을 춘다. 조르바는 저울을 들고 이것저것 재거나 무엇이 맞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조르바는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확대해 보면 생각이 많아져 못 먹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르바는 끊임없이 자유를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침대 위에서 일어나 창문틀을 짚고 크게 웃는 장면은 조르바를 가장 잘 묘사한 장면이라 생각된다.
줄이며
책을 관통하는 단어는 '자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유에 대해 생각하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책에서 묘사되는 조르바의 언행이 용감하고 부러우면서도 조르바의 삶은 부럽진 않았다. 그가 부럽기도 하면서 부럽지 않은 이유는 나는 뱀도 아니고 새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내가 뭔지 알고 싶다. 거울이 있으면 좋으련만..
'문화 이야기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의 화살 (식민지 아프리카) : 치누아 아체베 (0) | 2024.08.05 |
---|---|
위대한 사상가들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 카를 야스퍼스 (2) | 2024.07.24 |
신곡 지옥편(이곳에 온자 희망을 버려라) : 단테 (2) | 2024.05.19 |
순수의 시대 (절제의 미) : 이디스 워튼 (0) | 2024.04.29 |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하드 보일드) : 제임스 M 케인 (0) | 2024.04.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