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신곡 지옥편(이곳에 온자 희망을 버려라) : 단테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4. 5. 19.
반응형
SMALL

서사시

5월 중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재미없게 읽은 책도 있고 중간에 읽기를 포기한 책도 있었다. 또 요즘엔 공부를 하고 있어서 새로운 개념을 집어넣기보단 재미있는 이야기가 읽고 싶어 져서 문학을 읽으려 마음먹었는데 단테의 신곡이 눈에 들어왔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책이기도 하고 방송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경지식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책이다. 물론 주석이 달려있긴 하지만 본문을 읽다가 주석을 읽는 일은 몰입을 방해하여 그렇게 선호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대작이라고 느낀 부분이 상당히 많다.

기독교 색채

단테는 13세기 오늘날의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출신의 정치가 출신이다. 따라서 해당 작품에는 기독교적인 색채와 당시 사회관 그리고 단테의 상상력이 어우러져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인생의 중반을 살아온 35세의 단테가 (당시 기독교는 인생이 70세라고 보았다.) 어느 숲에서 깨어난다. 그 후 베르길리우스라는 길잡이가 나타나 단테의 길잡이가 돼준다. 그렇게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한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 이전의 사람으로서 당대에 선망받는 문장가였다. 작중 베르길리우스라는 인물의 설정은 아마 단테가 존경하던 인물이어서 그런 듯하다. 하지만 단테는 죽지 않은 사람 즉, 산사람으로서 여행을 시작한다. 그렇기에 지옥을 여행하면서 베르길리우스에게 묻거나 지옥에 갇혀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장면을 묘사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적 색채를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인상 깊었던 것들이 몇 개 있다. 단테의 나이가 35세로 설정된 점은 인생의 중반에서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시점으로 활용된다. 또한 단테가 어두운 숲에서 눈을 뜨고 마주치는 세명의 동물 표범, 사자, 암늑대는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각각 물욕, 권력욕, 애욕을 상징한다. 또한 사기지옥에서 이슬람교 성자인 무하마드가 벌을 받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를 감싸기만 하진 않는다. 지옥곳곳에서 타락한 종교인들도 형벌을 받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하는데 극단적으로 '이름 모를 교황'이라고 말하면서 강렬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각각 지옥을 지키는 수문장들이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인 경무가 많다. 미노타우로스, 케로베로스가 대표적인데 마지막 지옥에서는 타락천사 루시퍼가 가롯유다를 물어뜯는 모습은 그리스로마문화의 수용을 보여주면서도 그 위에 기독교문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하나의 역사서

신곡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두 가지인데 첫 째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고 둘 째는 서술방식이 상당히 시적이라는 것이다. 가령 서울에서 태어나 대통령이 된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단테의 묘사법은 이렇다. 나는 '한반도의 중심을 흐르는 강이 있는 도시와 한국 최고높이의 빌딩이 있는 도시에서 태어나 국민들의 선택으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정치인으로 살았소'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배경이 중세 유럽이라면? 나는 알 수 없다... 억지로 억지로 해석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은 클레오파트라, 아리스토텔레스 정도였다. 모르는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말로 서술될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지만 중간중간 아는 사람들이 나올 때는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져 완독 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단테의 이런 서술 방식 때문에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시 기독교는 정치와도 연관이 많았기에 하나의 역사책으로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줄이며

긴 호흡으로 앉은자리에서 지옥편을 다 읽었다. 단테의 지옥을 묘사한 삽화가 있어서 마치 지옥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생동감은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다. 이제 지옥을 통과한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연옥에 도착했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매우 궁금하다.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