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사
당연한 얘기지만 학교에서는 한국사를 가르친다.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를 지나 고조선이 등장하고 삼국 시대를 넘어 일제강점기까지 중요한 사건, 인물 등을 중심으로 가르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에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아니 대한민국 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학교의 속사정으로는 진도를 도저히 뺄 수가 없기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역사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도 크고 작은 의견 차이가 있는 현대사를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현대사를 공부하기로 했다.
유시민의 한국현대사
개인적으로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에서 이미 주관적인 시선임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사실과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유시민 작가는 본인의 생각이나 경험을 위주로 책을 썼기 문이다. 이러한 책의 특성은 책 서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삶에서 안전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내가 보고 겪고 참여했던 대한민국현대사를 썼다.' 유시민 작가는 진보성향의 정치인이었다. 서울대학교 재학시절엔 군사정부에 대항하여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이때 경찰에게 잡힌 후 옥중에서 쓴 항소이유서가 유명하다. 또한 노무현 정부 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금은 정계를 은퇴하고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때문에 책에서 노동자들의 이야기, 학생들의 이야기, 서민들의 이야기를 사건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박정희 정부에 대한 명과 암, 영원한 이인자 김종필, 대한민국의 민주화의 역사와 미래, 각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결과 등등. 또한 시대를 직접 겪은 작가 이기 때문에 당대 함께했던 혹은 주축이 되었던 사람들의 이름 세세히 언급하는 것도 특징이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그 시절을 생생하게 묘사한 책의 내용은 당시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는데 충분했다. 특히 사복경찰들이 대학교에서 몰래 상주하던 시절 학생들이 연설문을 읽을 때마다 제압당했다고 한다. 때문에 학생들이 옥상에 올라가 본인의 몸에 밧줄을 묶고 공중에서 연설문을 읽었다는 대목은 정말 당사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예시와 에피소드가 책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줄이며
성인이 되고 정치적 식견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인이 쓴 현대사를 읽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 정치인이 진보성향인지 보수성향인지는 책의 내용과 흐름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본인의 기준을 갖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현대사를 공부하고자 읽었던 책이지만 지식의 습득보단 한 편의 이야기를 읽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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