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게이츠 추천도서
동북아시아의 경제성장 비결을 담은 책으로 국내외로 빌게이츠가 추천한 도서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또 한 번의 전쟁을 겪었다. 책에서 사용한 표현을 빌리면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다. 같은 아시아에 속한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들보다 경제 지표가 낮았다. 그랬던 나라가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는지 이 책에서는 농업, 공업, 금융 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책에서는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비교하고 있지만 나는 한국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토지개혁
작가는 아시아 경제성장의 성공적인 모델로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을 꼽는다. 실패한 사례로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거론된다. 물론 같은 논리로 비교할 수 없는 마카오, 홍콩,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은 제외한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근대화의 출발을 토지개혁부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 유신시기에 토지의 왜곡현상을 막기 위해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소작형태로 이루어지던 농업이 소규모 가족농으로 바뀌면서 농민들의 수입이 늘었다. 이러한 가족농의 형태는 초기엔 매우 성곡적이다. 집집마다 땅이 있으니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면서 소작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가구수는 늘어나고 자식들은 독립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잉여 노동력이 생겨나게 되고 이들은 곧 산업화의 일꾼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매우 비슷하다. 한국전쟁 이후 경자유전의 법칙에 따라 대지주의 땅을 3 정보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모두 매입했다. 보상으로 채권을 주긴 했지만 당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봤을 때 마이너스 수준이었다. 대만 역시 국민당의 장제스가 건너온 후로 토지개혁을 시행했다. 중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해 전국토를 국유화하고 집단농장을 국가에서 운영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소출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여러 정책과 좋지 않은 시너지를 내며 3000만~5000만 국민이 아사했다. 이후 덩샤오핑이 등장해 집단농장을 소규모로 바꾸었는데 소출은 다시 증가했다. 국가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가족농의 형태를 띠었다.
산업과 수출
토지개혁 이후 소출이 늘어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산업화의 단계에 들어간다. 산업도 여러 종류의 사업이 있다. 하지만 작가가 강조하는 산업은 바로 수출산업이다. 우리는 동남아시아 기업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이 수출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시장에서 경쟁하고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수기업이 많다. 이는 곧 세계와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기술 개발과 혁신이랑은 거리가 멀다. 여기에 정경유착까지 곁들이면 완벽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도했던 안 했던 수출을 국가적 대업으로 삼았다. 이런 국가적 기조는 박정희 정권시기에 잘 드러난다. 쿠데타 이후 부정재산축재자 처리에 들어가면서 기업인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곤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시키고 시간이 흐른 뒤 기업들에게 일정한 과제를 내줬다. 정부가 기업들을 '길들인 것이다' 하나의 기업을 밀어주는 형태가 아닌 기업들 간 경쟁하게 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매월 수출 실적을 보고하게 했다. 우수한 기업은 상을 받는 게 아니라 생존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 대기업이라 불리던 많은 회사들이 사라졌고 결국엔 현대, 삼성, 엘지 같은 기업들이 살아남았다. 이러한 정부의 수출주도 정책은 기업들에게 다양한 제도적, 금융적 혜택을 제공했는데 이는 금융 부분에서 다뤄 보자.
금융정책
산업이란 금융정책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온 신경이 수출에 몰렸던 그 시절 우리는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다. 자유, 노동환경, 인권이 대표적이다. 산업화를 위해 차관을 들여와야 하던 시절 독립축하금 명분으로 일본에게 받은 돈은 지금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 시절 외화의 반출은 매우 엄격했고 해외여행조차 갈 수 없었다. 은행의 모든 돈이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은행을 국유화했다. 그렇게 우리는 수출 100억 불 기념 탑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도 세계화의 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세계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며 관세를 철폐하라고 주장하고 IMF는 환율을 비롯해 외환보유고에 대해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개발도상국 단계에서는 이러한 선진국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언젠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높게 설정했던 관세를 내리고 세계화에 합류를 해야 함은 자명하지만 문제는 그 시기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끝까지 버티다가 플라자 합의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기도 했다. 물론 당시의 일을 역사라 평가하기엔 시간이 충분히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후대의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줄이며
내 생각을 요약하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다. 작가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동북아시아는 국가 주도로 토지개혁을 통해 근대화의 기반을 닦았고 수출 중심의 산업화를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기술을 훔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높게 설정하고 수출에 용이하게 환율을 조작했다. 선진국들이 경고할 때면 미온적인 태도로 대응하며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모든 면에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보다 잘살았던 필리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문화 이야기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 : 조던 B. 피터슨 (15) | 2024.10.24 |
---|---|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뇌사와 장기기증) : 마일리스 드 케랑갈 (19) | 2024.10.21 |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현실과 해학사이)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10) | 2024.10.02 |
철도원 삼대 (철도로 그려낸 민족의 역사) : 황석영 (10) | 2024.09.18 |
힐빌리의 노래 (가난한 백인 미국인) : J. D. 밴스 (62) | 2024.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