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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에고라는 적 : 라이언 홀리데이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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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라는 적

EGO (자아)

EGO는 '자아'라는 뜻이다. 自 스스로 자 我 나 아. 어떤 행위와 인식의 주체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게 끔 하는 내 안의 실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자아가 적이 될 수 있을까? 책에서 자아는 성공을 위해 철저하게 극복해야 할 존재라고 말한다. 작가가 말하는 자아는 거만하고, 합리화를 잘하며 거짓 대답을 내놓는다. 

 

열정이 넘치는 자아

최근에 행동력에 관한 책을 읽었다. 책에서 주장하는 바로는 '일단 실행하라!'였다. 근거로 장고 뒤에 두는 수는 악수인 경우가 많고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걱정하고 감정을 소비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공감했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경험 삼아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불완전한 계획을 수정해 나가는 게 합리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열정'을 조심하라고 말한다. 지나친 열정은 주변을 돌아보기 어렵게 만들고 이는 곧 강한 자아가 형성되어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멸망의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도 의미가 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귀담아듣고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모든 동전에는 양면이 존재하듯이 열정 가득 품은 실행력과 철저한 검증을 통한 이성적인 판단도 내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문득 경주마가 생각났다. 경주마는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가림막을 양쪽 눈 끝에 설치한다. 경주마는 그 덕분에 주변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한다. 경주에서 1등을 해야 하는 경주마에게 가림막은 분명히 효과적인 수단이 맞다. 하지만 전쟁을 위한 말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장치가 될 것이다. 이성과 열정도 그런 것일까? 결론은 너무 뻔하다. 중도를 지키는 것. 양쪽 모두 옳은 말인 것을 알고 흑백논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이런 결론에 싫증이 났다.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열정이 넘치는 자아

 

성공했을 때의 자아

'우리의 경쟁에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캐릭터가 제시되어 있다. 하나는 강한 자존심과 욕망을 특성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겸손과 정의로 무장했다. 우리는 전혀 다른 이 두 개의 모델 혹은 그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다음 거기에 맞춰서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빚어내면 된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결과물에서 하나는 색감적으로 화려하게 반짝거리고, 다른 하나는 더 정확한 윤곽으로 보다 절묘하게 아름답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말이다.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봤다. '강한 자존심과 욕망을 특성으로 하고...'의 대목에서 특성이란 말에 주목해 봤다. 특성이라는 것은 어떠한 것이 노력하지 않아도 또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겸손과 정의로 무장했다...'에서 무장은 어떠한 목적을 갖고 준비를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욕망과 특성은 보편적인 우리 자아의 특징인 반면 겸손과 정의는 우리가 자아를 적으로 만났을 때 챙길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칭찬과 주변에서의 존경은 우리를 자만에 빠지게 하기 쉽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선 자아와 싸워야 한다. 책에서는 춤추는 고래가 되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보단 겸손과 절제로 위엄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자만의 늪에 빠지게 되면 주변 사람을 내려다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정작 자신의 머리 위를 보지 못한다. 자신의 머리 위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는지 모르고 반쪽짜리 인생을 살게 된다. 성공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위대한 이야기의 주인공 행세를 할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야기를 써 내려 가는 작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격언

 

실패했을 때의 자아

열정? 잘못된 판단? 자아로부터의 패배?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책에서 주목한 점은 우리가 어떤 이유로 실패했던지 간에 자아는 다시 나타나 우리를 괴롭힌다는 점이다. 실패를 양분 삼아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요리에 실패했을 때 아쉽긴 해도 다음에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겠다며 경험을 쌓는다. 스포츠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피드백을 들으며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감옥에 수감되어 10년형을 선고받는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엄청난 불행을 마주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절한다. 깊고 깊은 수렁에 빠진다. 우리 자아는 끊임없이 자책하고 후회한다. 그렇게 남은 인생을 죽은 시간으로 살아간다. 어쭙잖은 말들로 죽은 시간들을 되살릴 순 없다. 다만 내가 깨닫고 살아있는 시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내 안의 자아와 싸워 쟁취해야만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세상에 부딪혀 깨지는 것은 당연히 두렵다. 우리 자아는 평상시 이러한 예측을 못 하게 하며 심지어 깨지는 와중에도 이를 방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깨지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다만 깨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은 죽어버리고 만다.

 

나의 자아

나의 자아는 제법 거만했다. 겸손을 몰랐으며 아는 게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겸손과 정의로 무장 중이다. 이 책에서 얻은 두 문장으로. 첫째로 '지식으로 이루어진 섬이 커지면 무지의 해변도 그만큼 커진다' 배움은 끝이 없다. 영토가 넓어질수록 수비해야 하는 국경이 늘어나는 것처럼 세상을 살아갈수록 배워야 할 것들은 끊임없이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신이 파괴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때 신은 그에게 유망한 인재라고 말한다.' 신이 나를 파괴하고 싶진 않았나 보다. 다만 내 자아는 나를 파괴하고 싶었던 걸까..? 오늘도 승리하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자아라는 적과 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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