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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책 이야기

헌법의 풍경 (우리가 몰랐던 헌법 이야기) : 김두식

by 독서하는 나그네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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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표지

왜 헌법인가

헌법은 모든 법의 근간이다. 모든 법은 헌법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헌법 정신에 대치되는 내용은 하위법으로서 제정될 수 없다. 갑자기 나는 '그렇다면 헌법은 어떤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까? '라는 궁금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법위 왜 만들어졌는지 모른 상태로 살고 있었다. 헌법을 주제로 다루는 책은 많지만 너무 어려운 건 금방 흥미를 잃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항 하나하나를 따지는 책보단 헌법의 배경, 정신 같은 큰 범위를 사례 위주로 다루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헌법의 풍경'을 만났다. 

헌법의 성격

앞서 말했듯이 헌법은 대한민국 최상위 법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그렇다. 헌법은 특정 내용을 깊게 다루지 않고 많은 내용은 포괄적으로 다룬다. 세부적인 내용은 각각 민법, 형법, 회사법 등 세분화된다. 예컨대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정신 아래 하위 법들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헌법 조항은 상당히 추상적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정답만을 원한다. 이때 절대적인 존재를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 없는 민주사회에서 헌법은 그나마 가장 높은 ‘기준’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 헌법은 곳곳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대적 진리 찾기’의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잠깐만 들여다보아도 헌법과 법률 속 대부분의 규정들이 공정한 절차 확보를 위해 마련된 것들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진리 찾기의 출발점은 ‘내 생각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상호 관용의 정신이다. 따라서 법률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음란'에 대한 기준과 '미풍양속'에 대한 기준이 그렇다. 음란물의 수위가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낮아졌고,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남성과 여성의 노출 수위, 시대 흐름의 변화에 따른 미풍양속의 변화는 법률 속 조문처럼 가만히 있지 않는다. 또한 법률의 해석이 사람(판사)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논리로 찬성을 할 수도 반대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책에서는 이러한 법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는 언제나 선인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헌법 제37조 제2항) 신분증이 없어서 불편했던 고등학생 시절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선물이라도 받은냥 좋아했던 생각이 난다. 신분증을 학원 선생님에게 자랑하자 선생님은 우스갯소리로  "너 그거 세금 내라는 소리야~  못 도망가게 하려고"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기 전 나는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너무나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편리한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통제받는 느낌을 받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실제로 주민등록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과연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국가는 옳은 일에만 사용하고 있을까? 역사적 사건들을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나치정권의 독일을 보면 유대인들에 대한 정보를 카드로 만들어 국가에서 관리했고 이는 유대인 학살에 기여했다. 우리나라 역시 군사독재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국가 주도적으로 일을 계획하면 국가는 괴물이 된다. 최근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확진자의 동선과 결재 내역이 공개되어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국가가 괴물로 변하기 전에 우리는 이를 예방할 수 있다. 불공정한 정책, 법 조항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다’라는 루돌프 폰 예링의 명제를 생각하면서.

차별에 대한 생각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11조 제1항)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은 일상생활에 있어서 차별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많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예컨대 트랜스 젠더는 어느 목욕탕을 이용해야 하는가? 신입사원을 뽑는데 나이 제한을 두는 게 합당한가? 등의 문제다. 이러한 차별이 아직도 존재하는 이유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의 차별 현상 상당 부분이 국가 권력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적 생활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국가와 개인 관계에는 헌법, 행정법, 형법 등 공법이 개입하게 되지만, 개인과 개인 관계는 어디까지나 공법 아닌 사법에 의해서만 해결해야 한다는 공법·사법 분리의 원칙이 우리 법 체계의 근간을 이루어왔기 때문이다. 공법과 사법이 엄격히 구분되고, 개인 간 기본권의 효력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차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묘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나 시정명령의 도입 등 여러 가지 대안이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입법적으로 중대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민들의 의식 개선일 것이다. 조금만 더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한다면  차별은 없어질 테니까. (뜬구름 잡는 얘기인 듯하다.)

줄이며

헌법조항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어려운 법률용어 사용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 눈에 보였다. 또한 법조인으로서 본인의 경험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마치 현장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문적인 법지식이 없더라도 헌법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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